유시민, 도올, 이재명의 특집대담: 위기의 대한민국, 새 정부의 과제
이 특집대담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122일 만에 파면된 후 6월 3일로 확정된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졌다. 노무현재단의 유시민이 진행을 맡고, 석학 도올 김용옥과 대선 후보 이재명이 참여하여 한국 사회가 겪은 충격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주의 위기와 극복에 대한 평가
도올 김용옥은 이번 사태를 "우리 역사의 깊은 구석의 문제들이 노출되어 앞으로 잘하면 우리 역사가 깨끗하게 세탁된다"고 평가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개벽의 시작"이라고 낙관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면서 한국이 "자격 있는 1등 국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반면 이재명은 이번 군사쿠데타 사태에 대해 "황당무계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라고 언급하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건강한 신체에 감염이 된 것"에 비유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우리 사회의 면역력과 저항력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유시민은 처음에는 상황을 암담하게 보았으나, 한국 사회의 저항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부모님 세대가 만든 제도와 시스템에 의지했던 국민들이 그것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강력히 저항한 점을 인상적으로 평가했다.
파워 엘리트와 민주주의의 관계
유시민은 사회의 파워 엘리트들이 헌법에 무지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모습을 비판했다. 도올은 이에 대해 현재의 파워 엘리트는 진정한 엘리트가 아니라 "시험 좀 잘 본 사람들"에 불과하며, 역사적 체험이나 삶의 과정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무례배"들의 권력 행사가 결국 민중의 힘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은 이에 공감하면서 결국 "진리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표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공포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남산에서의 트랙터 시위를 동학농민운동의 우금치 전투에 비유하며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새 정부의 경제 과제
이재명은 현재 한국 경제의 주요 문제로 수출 부진, 내수 부진, 재정적자 증가를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부자 감세를 시행하며 세수 결손이 심각하게 발생했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줄여 불경기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용주의" 접근법을 강조하면서, 정치는 특정 이념의 실험장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도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먹사니즘"(기본 생존에 관한 물질적 가치)에서 "잘사니즘"(행복한 삶을 위한 가치와 정신 포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올은 이에 공감하며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를 제대로 바른 위치에 세우고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해주는 것이 경제"라며, 정의감과 진보적 사고를 가진 리더십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은 구체적 대안으로 내수 활성화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지역 상권을 살린 경험을 언급하며, 경제는 "순환"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기 침체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해야 함을 역설했다.
외교 전략과 국제 관계
도올은 한중 관계와 관련하여 "한국이 중국과 척질 이유가 없다"며 "혐중"이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중일 경제 공동 대처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시아 경제 블록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은 국제 정세가 진영 대결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존중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 및 북한과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에게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북극항로 개방과 미국의 조선업 쇠퇴 등 국제정세 변화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이러한 변화에 잘 대응하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잘못 대응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 보복과 화해의 문제
대담에서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이 이재명에 대해 "대한민국의 공적 제1호"라며 극심한 정치 공세를 펼쳐온 상황과, 정권 교체 시 보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논의되었다.
이재명은 자신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정적을 보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남을 괴롭히는 것보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볼 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5년의 귀한 시간"을 보복에 낭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도올은 "단죄를 하지 않으면 통합이 되지 않는다"며 "통합을 위한 단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악의적으로 행동한 핵심 인물들은 처벌하되, 강제로 동원된 이들은 용서해야 한다는 균형 잡힌 접근을 제안했다.
이재명은 내란 사범 처리와 관련해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완벽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단순 복수가 아닌 사회 통합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의 방향
검찰 개혁과 관련해 이재명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수처 강화, 국가수사본부 독립성 강화,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재명은 "권력이 뭉쳐 있으면 국민이 피해를 보고 반드시 남용된다"며 권력 분산과 견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 개혁은 수사·기소권의 완전 분리로 간다"고 명확히 했다.
K-이니셔티브와 새 정부의 비전
이재명은 "K-이니셔티브"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도올은 이를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중 "평천하"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며, 한국이 세계의 모범이 되는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은 특히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한국의 강점을 강조했다. 김구 선생의 "우리가 무력이나 부로 세상을 제패하지 못하겠지만, 물력을 지킬 정도만 된다면 문화로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비전을 인용하며 문화 강국으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성공,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의 군사쿠데타를 무력으로 저지한 사례 등을 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K-민주주의"로 표현하며, 전 세계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한국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 변화와 희망의 시대
도올은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이 사랑하는 바른 리더십을 한 번도 역사에서 해보지 못했다"며, 이재명이 그런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홍익인간의 실천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이재명은 "공직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 운명이 결정된다"며, 대통령 한 시간의 가치는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은 희망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시민은 마무리하며 이재명이 말한 "공직은 권력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표현에 공감을 표하며,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행복해하는 정치인의 태도가 정치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담은 한국 사회가 위기를 겪은 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새 정부가 경제 활성화, 외교 전략 수립, 사회 통합, 제도 개혁, 문화 강국으로의 도약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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