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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홍선기 - 실패의 실력[의미와재미 I 실패 I 실패의 미덕 I 좌절 I 포기 I 성장 I 자기계발서]

by 카리안zz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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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부탁한 책을 읽었다. 그리 많은 부탁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다 거절했는데 이번 책은 왜 읽었을까? 나는 책 제목 때문에 읽어봐야지 싶었다. ‘실패’. 예전이나 지금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팔린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것에는 대개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많은 재산을 말하는 듯하다. 오죽하면 EBS에서도 그걸로 책팔이를 할까 싶었다. 그런 책들이 많은 것같다. 그냥 이유없이, 아니 김덕영이 말한 에리식톤처럼 쉬지 않고 먹어대는 것, 그 자체에 이유를 두는 것같다. 먹고 있을 땐 허기를 못 느끼니까. 의미를 찾을 이유를 못 느끼니까. 실패는 마치 죄인 것마냥 부정스러운 것이 된다.

 

 이 책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것도 지지리 운이 없는. 국정 농단 사태로 거하게 말아 먹고, 코로나로 인해 그마저도 늪에 빠져버린다. 근데 그걸 읽는데 재미가 있다. 글을 잘 쓰신 것이 한몫했다. ‘남의 실패담 이야기인데 넘 재미있는데? 이래도 되나?싶었는데 다행히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렇지만 어쩌죠? 듣는 사람은 그 실패담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요.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249)

 

 이 책을 출판한 대표님의 말이었는데 딱 내가 생각한 말이 나와있더라. ‘망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지?’ 다 읽고나니 참 새삼스럽다. 실패로 인해 흑화될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의 실패를 충분히 외부 탓으로 돌려도(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될 텐데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다다음 책 리뷰가 <인싸를 죽여라>인데 증오의 마음이 얼마나 인간과 세상을 부패하게 만드는지 그 실 사례가 들어있는 책이다. 저자도 충분히 세상에 대한 증오에 자신을 잡아 먹힐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오히려 내려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를 찬찬히 진중하게 되돌아 본다. 이런 삶의 자세가 나는 참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것, 이 내용을 추려낸 것이 바로 실패의 실력이라 본다.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예전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참 많이 궁금했지만 요즘은 드문데 그럼에도 이야기가 갈급할 때가 있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세이가 이래서 참 좋다. ‘,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이런 세상도 있구나.’ 최근 너무 고대 세계를 만나서 그런지 요즘 사는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다. 독서의 유익 중 하나가 세계를 넓히는 것도 있겠다. 그게 책이든,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든, 다큐던, 등등이든 꼭 독서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가성비가 적어서 접근이 알차다.

 

 목사인 입장에서 실패는 참 반갑다. 예수님의 삶도 예수님의 제자들의 삶도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처절하게 실패했다. 십자가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실패의 삶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뒤를 따르라고 하셨다. 십자가를 통과하는 그 길을 말이다. 바울도 처절하게 실패를 한다. 목회를 얼마나 실패했길래 고린도후서에서는 죽고싶다고까지 말할까. 대대적 숙원 사업인 예루살렘 헌금 전달은 어땠을까? 왜 사도행전에선 이 이야기를 생략했을까. 바클레이는 말하더라 실패한 것이라고.

 

 성경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단순히 자기계발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신사임당이란 분이 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 교회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자기계발서 이야기와 비슷해서 좋다고 했다. 대구에서 제일 큰 교회에 속하는 목사님 설교를 들었을 때 성경본문을 자기계발서화 시키더라. 그 후임 목사님이시라는 분도 큰 꿈을 꿔라, 우리 교회 다 이렇게 큰 게 된 건 큰 꿈을 꿨다는 식의 20년 전 유행하던 말들을 하는 설교를 들었다. 또 어떤 분은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지 세상이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바울과 필론의 글 수준을 비교한게 생각난다. 고등학생과 대학원생의 차이정도랬나? 예수님의 제자들이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에 비해 실력이 월등했을까?

 

 내가 준비한 설교가 자기계발서 같다라고 한다면 나는 목회를 계속해야할까? 아마 나는 목회를 계속할지 안 할지 심히 고민할 것 같다. 여전히 교회 안에서도 성공의 간증이 넘처나는 때에 실패의 이야기가 들렸으면 좋겠다. 적어도 십자가 없이 부활은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회 밖에서 실패의 이야기를 배웠다. 그냥 실패의 이야기가 그리웠던 것같다.

 

 좀 못나도 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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