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기 전망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월가의 투자 거장에서 미국 경제의 설계자로
2025년 1월 28일,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제79대 미국 재무장관으로 취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베센트 장관은 월가의 투자 전문가에서 미국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탈바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설계하는 그의 행보는 미국 내부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한 달러, 튼튼한 재정, 보호주의 무역, 에너지 독립을 강조하는 베센트의 경제 철학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월가의 헤지펀드 거장, 베센트의 배경과 경력
스콧 베센트는 1962년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에서 부동산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1984년 예일 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 시절 교내 신문인 예일 데일리 뉴스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활동하며 분석적 시각을 키웠다. 그는 짐 로저스의 회사에서 인턴으로 월가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에서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베센트의 투자 감각은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 팀의 핵심 멤버로 참여해 회사에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입증됐다. 2013년에는 일본 엔화에 대한 베팅으로도 추가 이익을 창출했다. 2000년 소로스 펀드를 떠난 후 자신의 헤지펀드를 설립했으며, 글로벌 투자사인 키스퀘어 그룹(Key Square Group)의 창립자로 활동했다.
개인 생활에서는 동성애자로, 뉴욕시 검사 출신의 남편과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또한 예일 대학의 대학 협의회 핵심 멤버이자 록펠러 대학교 이사회의 투자 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베센트는 2024년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의 핵심 경제 고문으로 활동하며 200만 달러(약 28억원)를 선거 캠프에 기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4년 11월 22일 트럼프 당선인에 의해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되었고, 2025년 1월 28일 취임했다.
베센트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
베센트 장관의 경제 철학은 "강한 달러, 튼튼한 재정, 보호주의 무역, 에너지 독립, 그리고 경제를 외교 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펼치고 있는 주요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통화 및 금융 정책
베센트 장관은 강달러 정책을 유지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달러의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인사발표 성명에서 "베센트는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 통화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채 발행 규모를 신중하게 관리하여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국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를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의 하락세에 대해서도 "건강하고 정상적인 조정"이라며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정 정책
베센트 장관은 국가 부채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2025년 1월 상원 재무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그는 미국의 재정적 어려움이 세수 부족이 아니라 과도한 정부 지출 때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보다 체계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국가 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IRA와 같은 보조금 지급 정책에 반대하고 국방 부문을 제외한 곳에는 예산 절감을 주장하고 있다.
무역 정책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공약 실행을 지원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좀 더 온건한 접근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반면, 한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동맹국과는 협상을 통한 무역 관계 재정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4월 2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베센트 장관은 "한국과의 협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 일본 등은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완성하고 그 성과로 선거 운동을 하려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박을 불러일으켰으며, 최상목 부총리는 이를 "미국 국내용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베센트 장관의 주요 성과와 영향력
무역 협상에서의 주도권 확보
베센트 장관은 취임 이후 무역 정책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무역 정책을 둘러싼 내부 권력의 무게추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같은 관세 강경파에서 베센트 장관을 필두로 한 온건파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나바로 고문이나 러트닉 장관 등 여러 참모 가운데 대통령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유익한 조언을 하는 '어른'으로 평가받고 있다. JP모간 CEO 제이미 다이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청한 인터뷰에서 무역 상대국과 협상을 성사할 수 있도록 "스콧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며 베센트 장관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시장 안정화 노력
베센트 장관은 미국 주식시장의 하락세에 대해 "건강하고 정상적인 조정"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시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좋은 세금 정책과 규제 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에너지 안보를 이룬다면 시장은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자 연준 의장' 아이디어 제안
베센트 장관은 2024년 트럼프의 경제 자문 역할을 맡고 있을 때 '그림자 연준 의장(shadow Fed Chair)'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행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앞으로의 행보와 전망
베센트 장관은 앞으로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청사진을 실현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전환기를 맞이하겠지만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무역 정책 측면에서는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협상을 통해 새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무역정책보다는 감세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베센트 장관이 무역협상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정 정책에서는 과도한 지출 억제와 법인세 인하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정 적자 문제와 사회복지 축소에 따른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베센트 장관은 개인 재산이 최소 5억 2,100만 달러에 달하는 월가 출신 부호로, 헤지펀드 매니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미국 경제 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미국 무역 및 금융 정책의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베센트 장관의 향후 행보는 국제 경제 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며, 특히 한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은 양국 관계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