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소설

[책리뷰]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MICKEY7)I 소설과 봉준호의 영화 <미키17>과의 차이]

카리안zz 2025. 3. 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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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F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내년에 개봉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때문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단다. 제목은 <MICKEY 17>. 소설의 제목은 미키 7인데 영화는 미키 17이다.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 밑에서 살펴보겠다.

 

바로 답을 말하자면 미키는 복제인간이 된다. SF 소설의 세계관에선 이를 익스펜더블이라고 말한다. 모두 익스펜더블이 되기를 꺼린다. “초창기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오늘날 거의 모든 개척지에서 중복된 익스펜더블은 연쇄 살인범이나 아동 납치범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21) 그 이유는 한참 지난 280페이지에 메니코바라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나온다. 어쨌든 그래서 주로 범죄자나 어두운 사람들이 익스펜더블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 미키는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다. 너무나도 소시민적인 사람,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세계관에서 역사를 좋아한다는 건 무가치한 것이겠지만. 이런 소시민적인 사람이 어쩌다가 익스펜더블을 하게 되었을까. 미키가 익스펜더블로 내몰린 상황을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서 잘 묘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근데 왜 10번 더 죽여서 17로 만들었을까. 이것도 관람 포인트이리라.

 

아무래도 복제 인간이다보니 자연스레 철학적인 논의도 튀어 나온다. <테세우스의 배>를 언급한다.

 

“맞아요.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132)

 

“이 임무를 맡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에요. 당신이 바로 테세우스의 배라고요. 사실 우리 모두 그렇죠. 지금 내 몸을 이루는 세포 중에서 10년 전에도 존재했거나 몸의 일부였던 세포는 없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 지어져요. 한 번에 한 부분씩 수리되는 셈이죠. 당신이 이 임무를 맡게 된다면 당신은 한꺼번에 새로 지어지는 셈이에요. 하지만 결국 똑같지 않나요? 익스펜더불이 재생 탱크에서 나오는 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천천히 진행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셈이에요.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진짜 죽은 게 아니에요. 비정상적으로 빠른 리모델링을 할 뿐이죠.”(132-3)

 

물론, 이런 철학의 내용이 이 책의 줄거리는 아니다. 간혹 나올 뿐. 이야기의 재미있어지는 것은 미키7이 죽지 않았는데 미키8이 복제되었을 때부터다. 이것은 위기였다!

 

“말하자면, 유니언에서 여러 명의 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극도로 금기하지 않더라도 중복된 익스펜더블까지 먹일 만큼 식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49)

 

식량이 부족한데다 복제 인간을 만들려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식량에 사용했더라면! 그래서 바이오 사이클러(본 작품에서 유기체를 분해하여 재조합하는 장치)에 갈아넣어야 했다. 이걸 개척지 캡틴인 마샬에게 들킨다면? 마샬은 독실한 종교인이였다(78). 이들을 나탈리스트라고 하며 그들의 가장 중요한 교리가 하나뿐인 영혼의 신성성(104) 믿는 것이다. 그런 인간에게 미키가 7, 8 동시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둘 중 하나는 분명 바이오 사이클러에서 갈리던가 잘못하면 둘 다 갈리던가. 과연, 이야기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시종일관 유쾌한 미키7의 시선대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갈 것이다.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190페이지에 미키2는 가장 짧게 산 재생본이라면 미키3는 가장 길게 산 재생본이라고 했다. 하지만 317페이지에서는 포는 스리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라고 나온다. 34보다 더 길게 산게 아니라고?! 그리고 약간의 스포가 되지만 왜 미키7은 죽지 않았을까? ? 마지막 부분에서 더욱 의문이 커진다.

영화와의 차이

일단 제목부터 차이가 있다. 소설은 <미키7>이지만 영화는 <미키17>다. 봉준호 감독은 복제를 10번 더 추가시켰다. 누군가는 미키18이 한국어로는 욕을 의미하기에 18을 의도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할리우드 미국 영화다. 내가 보기에는 좀더 미키 17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10번 더 죽은 것같다. 소설에서 6번 죽었다는 것으로 나올 땐 임팩트가 약했지만 16번 죽었다는 게 나왔을 때는 임팩트가 훨씬 더 컷다. 더욱 다양하게 죽는 모습이 나왔기에 아무래도 10번 더 늘린거 같다.

 그외에도 결말이 많이 다르다. 아니 거의 다르다고 보면 된다. 이 세계를 봉준호는 자기 방식대로 꾸민다. 어쩌면 소설을 안 읽고 영화를 봤더라면 더 좋았을 것같다. 간혹 영화에서 지나가듯이 나오는 내용이 있다.  나샤가 어떤 게임의 우승자라고 말이다. 사실 소설에서는 고메즈가 우승자였다.

 그리고 주인공과 티모가 함께 사채를 써서 사업을 말아먹고 익스펜더블로 지원하게 되었다고 영화는 말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고메즈(영화에선 티모)의 경기 내기를 잘못해서 돈을 날려먹은 것이었다. 또, 메니코바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다르게 각색되었고, 전체적으로 거의 다르게 구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총평

 결말에 대해선 나는 봉준호의 결말보다 원작 소설이 더 통쾌했다. 그 통쾌함을 봉준호식으로 어떻게 보여줄까를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와서 김이 팍 식어버렸다. 그래서 소설을 안 보고 갔더라면 싶었다. 

 영화는 현실에 대해서 말한다. 제국주의. 미국이 신대륙을 향했고, 그곳에서 원주민들을 학살한 이야기가 얼핏 보인다. 아바타 내용이 떠올랐다. 그래서 사실 넘 이런 이야기가 흥미가 덜하달까. 뻔하달까. 봉준호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솔직히 실망을 많이 했다. 뭔가 새로운 걸 많이 보여줄거라 생각해서. 역시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것이라 그럴까.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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